이번 2013-2014시즌 유럽 여름 이적 시장은 잠잠하게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새 시즌의 개막과 함께 주요 빅 클럽의 감독 변화는 초대형 선수의 이적만큼이나 축구판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러한 점은 우리에게 잠잠한 이적 시장을 잊게 해주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티토 빌라노바 감독은 건강 문제로 인하여 뉴웰스 올드보이즈의 마르티노 감독으로 교체되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38년의 감독 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하였고 에버튼의 모예스 감독이 바통을 넘겨받게 되었다. 또한, 바이에른 뮌헨은 하인케스 감독의 은퇴로 조셉 과르디올라를 영입하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안첼로티를 영입하였고 무리뉴는 첼시로 돌아갔다.

 여기서 필자가 가장 관심이 가는 팀은 첼시이다. 과거 무리뉴가 부임했을 적의 첼시의 경기력과 선수 구성은 첼시라는 클럽 역사에서 전성기라고 칭할 정도로 뛰어났다. 하지만 무리뉴가 새로 부임한 2013-2014시즌, 길이 순탄해 보이진 않는다. 이 글에선 무리뉴의 첼시가 가진 중원의 문제점과 전술에 대해 알아보겠다.



첼시의 전성기를 이끈 무리뉴

무리뉴의 프리미어 리그 우승 (사진=kr.uefa.com)


 무리뉴는 04-05시즌부터 07-08시즌까지 첼시에서 감독직을 맡은 적이 있었다. 당시 첼시의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평가될 정도로 무리뉴의 첼시는 선수 구성적으로도, 전술적으로도 완벽했다. 정통 스타일에 가까웠던 포백 바로 앞에 마케렐레가 자리를 잡고 램파드와 에시엔, 그리고 티아고가 마케렐레 앞에서 순회하며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맞추었다. 드록바를 중앙 공격수로 세우고 양 옆의 더프, 로벤, 조콜을 배치하며 윙어에 동시에 보조 미드필더로 활용하였다. 4-1-2-3과 4-1-4-1을 병행하면서 첼시는 대략적으로는 4-3-3 포메이션의 형태를 띠었다. 당시 무리뉴는 첼시를 클럽 역사상 50년 만의 우승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다승점과 최소실점을 기록하며 리그 2연패와 잉글랜드 내 모든 대회 석권(리그, 컵, 리그컵, 커뮤니티쉴드)이란 업적을 이뤄냈다. 다음 06-07시즌에는 FA컵과 칼링 컵에서 우승했으나 07-08시즌이 시작되고, 보드 진과의 불화 끝에 성적 부진을 사유로 첼시와의 계약을 상호 해지했다. 당시 첼시의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연달아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1월 겨울 이적 시장에서 수비수 보강을 요구했으나 보드 진이 요구를 거절해 불화가 시작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상호 해지였으나 사실상 경질이나 마찬가지였다.



완벽해 보이는 스쿼드에 뚫린 작은 틈새

램파드와 하미레즈(사진=Sportal Korea)


 이러한 그가 첼시에 돌아왔다. 무리뉴는 트레블을 달성한 인터밀란 시절 애제자 사무엘 에투와 브라질의 특급 윙어 윌리안을 데려오며 스쿼드를 강화하였다. 현재 첼시의 스쿼드는 중원을 제외한다면 완벽하다. 토레스, 루카쿠, 에투, 뎀바바로 이루어진 1선에 이어 쉬얼레, 아자르, 데 브루네, 윌리안, 오스카, 마타로 이루어진 2선 자원, 그리고 버틀란드, 에쉴리콜, 아스필리쿠에타, 이바노비치로 이루어진 풀백자원과 루이즈, 테리, 케이힐, 칼라스로 이루어진 센터백 자원을 생각한다면 1군, 2군 개념이 아닌 1군이 2개인 더블 스쿼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에시앙, 하미레즈, 반 힌켈, 미켈, 램파드로 이루어진 중원은 언뜻 보면 탄탄해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나큰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몇 경기로 볼 때, 무리뉴가 선택한 중원은 하미레즈-램파드 라인이다. 램파드나 하미레즈가 올라가면 활동량이 풍부한 오스카가 그 자리를 메꾸며 중원의 구멍을 메우고 있다. 무리뉴가 마타 대신에 오스카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리뉴는 수비가담이 좋고 활동량이 풍부한 자원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오스카에 경우 이에 적합한 선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마타가 기량면에서는 우세하며, 부상 때문에 프리시즌을 소화하지 못하였고 폼이 완전하지 못한 감이 있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다시 돌아와서, 램파드-하미레즈 라인은 조합면에서 좋지 않다고 생각된다. 램파드가 들어간다면 남은 한자리는 볼을 안정적으로 점유하고 센터백을 보호하는데 특화된 플레이를 하는 홀딩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마케렐레, 마이클 캐릭, 마스체라노, 발락 정도가 대표적이다. 램파드가 종종 올라갈 경우 오스카가 내려와서 커버를 해주긴 하지만 그 범위는 제한적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레 역습을 당했을 때, 중원은 하미레즈가 혼자 남게 되는데 문제는 하미레즈가 홀딩 스타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마테오 시절에는 오른쪽 미드필더로만 기용될 정도로 기동력이 좋고 활동력이 좋은 선수이다. 종종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되었을 땐, 공격과 수비를 넘나드는 박스-투-박스 플레이를 보여주었으나 지금 그러한 역할은 필요하지 않다. 그의 왜소한 피지컬 또한 하미레즈가 수비에 치중된 중원을 맡기엔 어렵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선수는 미켈이다. 하지만 기복이 심한 선수라 선뜻 그를 기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무리뉴가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영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적시장을 이틀 남겨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영입은 없다는 식의 인터뷰를 하였다. 이에, 많은 첼시 팬들은 슈퍼 컵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고 많은 걱정을 하고 있지만 이미 무리뉴가 내린 결정이니 믿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무리뉴가 중원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지, 축구계의 크나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켈의 기복 있는 모습, 램파드의 노쇠화, 반 힌켈과 맥키크런의 성장도, 이 세 가지 문제가 이번 시즌 첼시의 행보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