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데이비드 모예스 (사진=Goal.com) 

 

  1992,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13회의 리그 우승이란 거대한 업적을 세우며 잉글랜드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한 퍼거슨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모예스 체제로 교체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3위 밖으로 벗어날 위기에 처했다.

 

  지난 3번의 시즌을 살펴볼 때, 시즌이 종료된 시점을 기준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단 4, 5, 5패라는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리그 33라운드까지 마친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7610패로 벌써 10패를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남은 경기에서 다 이기고 리그 1위인 리버풀이 남은 경기를 모두 진다 하여도 리그 우승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현재 6위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4위에 위치한 아스날과 승점 차이가 7점이나 벌어져,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기조차 버거워 보인다. 어쩌다 절대 강자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러한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일까?

 

  사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몰락은 퍼거슨이 지휘봉을 잡았던 때에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비디치, 퍼디난드, 캐릭, 긱스 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 시절의 주역들은 노쇠화가 진행되었고 예전과 같은 기량을 보여주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세월이 지났다. 게다가 그에 대한 대체 자원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였다. 지난 시즌 퍼거슨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러한 전력을 가지고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랫동안 퍼거슨이 지도해왔던 선수들이었고, 무려 27년의 세월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지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모예스 감독이 몇몇 선수들을 보강하였지만, 첫 시즌부터 좋은 결과를 원했던 우리가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4-15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것은 다소 생소하고 어색하다. 하지만 퍼거슨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부임 시즌에 7위를 기록하였고 다음 네 번의 시즌에서 11위를 두 번이나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퍼거슨의 부임 전 시즌이 16위였던 것과 모예스의 부임 전 시즌이 1위인 것을 고려해보면 상황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지만, 작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우승의 원동력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보단 퍼거슨 감독의 리더쉽과 영향력이 컸다.)

 

   단기적으로 볼 때, 이번 시즌 모예스가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비판받을 만하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은 물론이고, 그동안 어떻게든 승리를 쟁취하였던 위닝 멘탈리티 또한 사라졌다. 최근까지 퍼거슨 복귀설까지 나오고 있던 상황을 고려해보면 얼마나 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벌써 그가 실패했다고 보긴 어렵다. 아직 그의 색깔을 담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01/02시즌부터 재정난에 시달리던 에버튼이라는 팀을 꾸준히 중상위권으로 올린 그의 업적이 단 한 번의 오점으로 지워진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 입장에서도 그를 기다려주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퍼거슨 맨체스터 전 감독은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모예스를 신뢰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누구에게나 위기는 오는 법이다. 그 위기를 극복한다면 모예스는 명예를 회복하고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수 있을 것이며,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의 그릇은 거기까지인 것이다 

 그에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졌다. 남은 건 그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내는 것뿐이다. 다음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운명은 어떻게 될 까?

 

아스날의 감독, 아르센 벵거 (사진=Goal.com)

 

 최근 아스날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EPL 10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아스날은 10811패 승점 25점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간 아스날은 2003-04시즌 리그 무패 우승을 마지막으로 8년이란 무관의 세월을 보내며 아쉬운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최근 몇 년은 이러한 무관에도 팀 보강에 적극적이지 못한 아스날의 벵거 감독에 대한 불만과 갖가지 요인으로 나스리, , 파브레가스, 반 페르시와 같은 핵심 전력의 이탈이 이루어졌고, 유망주만을 고집하는 벵거의 신념과 선수단의 잦은 부상으로 누구도 아스날의 선전을 예상하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유망주만을 고집하던 벵거의 신념은 우승에 대한 열망으로 꺾이게 되었고 마침내 그는 지갑을 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약 50M 유로라는 거금을 지불했고, 그 주인공은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메수트 외질이었다. 외질은 유럽 리그를 통틀어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좋은 패싱력을 가지고 있고 뛰어난 볼 간수 능력과 경기를 읽으며 템포를 조율하는 뛰어난 능력까지 겸비한 선수이다. 이러한 외질의 합류로 이번 시즌 아스날이 추구하던 아름다운 패싱 축구에 더욱 다가설 수 있었다.

  물론 외질의 합류만으로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외질 못지않은, 아니 외질보다 더욱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해도 무방한 아론 램지의 성장과 지루의 유연한 연계 플레이, 플라미니의 복귀 등과 저번 시즌 아스날을 먹여 살린 카솔라, 윌셔, 아르데타의 꾸준한 활약과 맞물려 이러한 아스날의 돌풍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아스날의 우승을 점치긴 이르다. 최근 아스날의 경기에서 몇몇 문제점이 발견되었는데, 시즌이 점점 진행되고 챔피언스리그 도르트문트와의 2연전과 바로 이어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경기에서 그간 아스날이 보여줬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리그와 각종 컵 대회를 겸행하며 팀의 주축인 외질과 램지, 윌셔 등에게 체력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였고 자연스럽게 경기력이 저하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이러한 양상은 매년 아스날에게 대두한 고질병이었다. 체력적인 문제로 인한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와 얇은 스쿼드로 인한 혹사로 선수들이 차례로 예기치 못한 부상을 당하는 모습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지켜본 팬들이라면 자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어김없이 이번 시즌 초반도 포돌스키, 윌셔, 월콧, 카솔라, 체임벌린 등이 부상을 당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대부분 경미한 부상이었다는 것과 현재는 거의 부상에서 회복되었다는 것, 그리고 부상당한 선수들의 공백에도 리그 릴레이를 잘 버텨내고 있었다는 점에서 볼 때, 아직은 아스날의 행보가 순탄해 보인다.

    

2013-14시즌 아스날의 주전 스쿼드(사진=I Love Soccer 다음카페)

 

 다른 어느 시즌보다 이번 시즌이 아스날이 리그라는 장기 레이스의 승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스쿼드의 두께이다.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2선과 3선의 자원이 정말 풍부한 것을 볼 수 있다. 카솔라, 외질, 포돌스키, 월콧, 로시츠키, 램지, 챔벌레인 등으로 이루어지는 2선 라인과 윌셔, 플라미니, 아르데타, 디아비, 램지 등으로 이루어지는 3선 라인은 이 기나긴 레이스를 안정적이고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원톱자원은 지루와 벤트너, 월콧 정도로 아스날이란 팀의 수준을 생각한다면 다소 빈약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지루와 로테이션이 가능한 선수를 영입하고 수비진에 약간의 보강만 한다면 더욱 강력한 그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아스날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8년 무관이란 다소 부끄러운 타이틀을 벗어낼 수 있을까? 세계의 축구팬들이 이번 시즌 아스날의 향방에 관해 관심을 쏟고 있다.

 

 이번 2013-2014시즌 유럽 여름 이적 시장은 잠잠하게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새 시즌의 개막과 함께 주요 빅 클럽의 감독 변화는 초대형 선수의 이적만큼이나 축구판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러한 점은 우리에게 잠잠한 이적 시장을 잊게 해주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티토 빌라노바 감독은 건강 문제로 인하여 뉴웰스 올드보이즈의 마르티노 감독으로 교체되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38년의 감독 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하였고 에버튼의 모예스 감독이 바통을 넘겨받게 되었다. 또한, 바이에른 뮌헨은 하인케스 감독의 은퇴로 조셉 과르디올라를 영입하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안첼로티를 영입하였고 무리뉴는 첼시로 돌아갔다.

 여기서 필자가 가장 관심이 가는 팀은 첼시이다. 과거 무리뉴가 부임했을 적의 첼시의 경기력과 선수 구성은 첼시라는 클럽 역사에서 전성기라고 칭할 정도로 뛰어났다. 하지만 무리뉴가 새로 부임한 2013-2014시즌, 길이 순탄해 보이진 않는다. 이 글에선 무리뉴의 첼시가 가진 중원의 문제점과 전술에 대해 알아보겠다.



첼시의 전성기를 이끈 무리뉴

무리뉴의 프리미어 리그 우승 (사진=kr.uefa.com)


 무리뉴는 04-05시즌부터 07-08시즌까지 첼시에서 감독직을 맡은 적이 있었다. 당시 첼시의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평가될 정도로 무리뉴의 첼시는 선수 구성적으로도, 전술적으로도 완벽했다. 정통 스타일에 가까웠던 포백 바로 앞에 마케렐레가 자리를 잡고 램파드와 에시엔, 그리고 티아고가 마케렐레 앞에서 순회하며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맞추었다. 드록바를 중앙 공격수로 세우고 양 옆의 더프, 로벤, 조콜을 배치하며 윙어에 동시에 보조 미드필더로 활용하였다. 4-1-2-3과 4-1-4-1을 병행하면서 첼시는 대략적으로는 4-3-3 포메이션의 형태를 띠었다. 당시 무리뉴는 첼시를 클럽 역사상 50년 만의 우승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다승점과 최소실점을 기록하며 리그 2연패와 잉글랜드 내 모든 대회 석권(리그, 컵, 리그컵, 커뮤니티쉴드)이란 업적을 이뤄냈다. 다음 06-07시즌에는 FA컵과 칼링 컵에서 우승했으나 07-08시즌이 시작되고, 보드 진과의 불화 끝에 성적 부진을 사유로 첼시와의 계약을 상호 해지했다. 당시 첼시의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연달아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1월 겨울 이적 시장에서 수비수 보강을 요구했으나 보드 진이 요구를 거절해 불화가 시작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상호 해지였으나 사실상 경질이나 마찬가지였다.



완벽해 보이는 스쿼드에 뚫린 작은 틈새

램파드와 하미레즈(사진=Sportal Korea)


 이러한 그가 첼시에 돌아왔다. 무리뉴는 트레블을 달성한 인터밀란 시절 애제자 사무엘 에투와 브라질의 특급 윙어 윌리안을 데려오며 스쿼드를 강화하였다. 현재 첼시의 스쿼드는 중원을 제외한다면 완벽하다. 토레스, 루카쿠, 에투, 뎀바바로 이루어진 1선에 이어 쉬얼레, 아자르, 데 브루네, 윌리안, 오스카, 마타로 이루어진 2선 자원, 그리고 버틀란드, 에쉴리콜, 아스필리쿠에타, 이바노비치로 이루어진 풀백자원과 루이즈, 테리, 케이힐, 칼라스로 이루어진 센터백 자원을 생각한다면 1군, 2군 개념이 아닌 1군이 2개인 더블 스쿼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에시앙, 하미레즈, 반 힌켈, 미켈, 램파드로 이루어진 중원은 언뜻 보면 탄탄해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나큰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몇 경기로 볼 때, 무리뉴가 선택한 중원은 하미레즈-램파드 라인이다. 램파드나 하미레즈가 올라가면 활동량이 풍부한 오스카가 그 자리를 메꾸며 중원의 구멍을 메우고 있다. 무리뉴가 마타 대신에 오스카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리뉴는 수비가담이 좋고 활동량이 풍부한 자원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오스카에 경우 이에 적합한 선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마타가 기량면에서는 우세하며, 부상 때문에 프리시즌을 소화하지 못하였고 폼이 완전하지 못한 감이 있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다시 돌아와서, 램파드-하미레즈 라인은 조합면에서 좋지 않다고 생각된다. 램파드가 들어간다면 남은 한자리는 볼을 안정적으로 점유하고 센터백을 보호하는데 특화된 플레이를 하는 홀딩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마케렐레, 마이클 캐릭, 마스체라노, 발락 정도가 대표적이다. 램파드가 종종 올라갈 경우 오스카가 내려와서 커버를 해주긴 하지만 그 범위는 제한적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레 역습을 당했을 때, 중원은 하미레즈가 혼자 남게 되는데 문제는 하미레즈가 홀딩 스타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마테오 시절에는 오른쪽 미드필더로만 기용될 정도로 기동력이 좋고 활동력이 좋은 선수이다. 종종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되었을 땐, 공격과 수비를 넘나드는 박스-투-박스 플레이를 보여주었으나 지금 그러한 역할은 필요하지 않다. 그의 왜소한 피지컬 또한 하미레즈가 수비에 치중된 중원을 맡기엔 어렵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선수는 미켈이다. 하지만 기복이 심한 선수라 선뜻 그를 기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무리뉴가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영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적시장을 이틀 남겨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영입은 없다는 식의 인터뷰를 하였다. 이에, 많은 첼시 팬들은 슈퍼 컵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고 많은 걱정을 하고 있지만 이미 무리뉴가 내린 결정이니 믿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무리뉴가 중원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지, 축구계의 크나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켈의 기복 있는 모습, 램파드의 노쇠화, 반 힌켈과 맥키크런의 성장도, 이 세 가지 문제가 이번 시즌 첼시의 행보를 결정할 것이다